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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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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최근 들어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독주택 신축에 젊은 부부들의 참여도가 높아졌고 이들의 실거주 비율 또한 점차 늘어가는 편이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단독주택 시장이 형성되고, 많은 소비자가 높은 수준의 주거 품질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는 ‘서울 및 수도권 vs 그 외 지역’ 간의 업체 비대칭성이다.

여타 분야처럼,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자본과 기술, 인력 집중 현상은 단독주택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2018년 건축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의 숫자는 총 6,154개소이며, 이는 전체의 48%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건축 잡지에 소개되는 건축사사무소의 소재 비율도 서울 및 수도권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는 인구의 집중 분포 현황으로 보아서도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서울 및 경기도의 단독주택 설계를 인근 소재 건축사에게 의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외 지역에서 서울 및 수도권의 건축사들에게 의뢰할 경우, 같은 디자인의 건물이라도 건축사들이 오가는 왕복 비용 및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해, 설계비용이 최소 1.2~1.5배 이상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점차 젊어지는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현실적인 지불 능력을 감안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들에게 설계를 맡기더라도 지역의 시공업체로서는 전문성을 갖기 어려운 시공 방식의 설계가 이루어지면, 이 또한 전문성을 갖춘 서울 및 수도권 소재의 시공사를 통해 지어야 하므로 결국 또 다른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곤 한다.

결론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의 건축사를 통해 그 외 지역에서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동일한 디자인이더라도 증가하는 비용의 확보가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같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합리적인 집짓기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지역에 있는 건축사를 통해 짓는 것이 그 해법일 수 있다. 필자 또한 지역의 건축사로서 지역의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에 대한 크나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렇다면 지역의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


1.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협의가 긴밀하다

개인적으로 대지의 위치와 건축주의 현 소재지, 그리고 건축사사무소의 위치가 가까울수록 좋은 설계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현장을 자주 접할 수 있고 지역의 여건을 알며 건축주와 설계 협의가 시간·장소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은 친밀한 설계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단독주택 설계에 있어서 매우 유리한 지점이다. 종종 서울의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음에도 현장 주변의 여건들이 반영되지 않고 결과물 또한 지역의 콘텍스트와 맞지 않는, 생경한 건물들이 지어지는 경우를 보곤 한다. 이는 현장과의 거리로 인해 그만큼 지역의 이해도가 떨어지고, 건축주와의 교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비롯될 수 있다.


2. 감리와 연계되어 현장 대응이 빠르다

일반적으로 건축주는 집짓기 전문가가 아니다. 설계 도면대로 지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감독·검토하는 감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독주택은 별도 단계인 설계와 감리를 동일한 건축사가 수행할 수 있으므로, 설계 의도를 실제 건물의 완공 때까지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 방문이 수월하고 건축주와의 협의가 용이할수록 건물의 최종 품질 또한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현장의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도 대응이 빠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역 건축사는 집짓기뿐만 아니라
건물의 생애주기를 점검하는데도 최적

 

3. 유지·관리 등의 협력 관계 형성이 수월하다

단독주택은 완공 이후 유지·관리도 중요하다. 증·개축 및 차고 설치 등의 검토나 소소한 하자 등이 갑작스레 발생했을 때, 원인 및 판정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가 필요한데, 지역의 건축사는 빠른 대처와 응대가 가능하다. 얼마 전 입법 예고된 「건축물관리법」에서는 한 건물의 생애주기에 대한 관리대장을 별도로 포함한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이를 통해 신축뿐만 아니라 점검·관리·멸실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전반적인 이력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건축사는 건물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데 있어 중장기적인 관리와 즉각적인 대처에 용이한, 건축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의 건축사가 주변에 있음에도 멀리 떨어진 서울 및 수도권의 건축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건축주의 취향과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설계와 저가 수주 위주의 구시대적인 방식에만 매몰된 건축사들도 여전히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고 감각 있는 건축사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좁은 지역을 벗어나 인근의 광역행정권역까지만 확장해도 충분한 경력에 탄탄한 전문성을 겸비한 이들이 분명히 있다.

시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건축물은 한 번 설계하고 끝내는 일회성 소모품이 더 이상 아니다. 아무리 멋진 설계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감리 과정과 건축물의 중장기적인 점검 및 유지·관리를 고려한다면 지역의 건축물은 지역의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건축 선진국인 일본의 서점에 가보면, ‘지역의 건축물은 지역의 건축가에게’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 지역의 건축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건축 서적이 눈에 띄는 위치에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지역의 능력 있는 건축사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지역마다 특색과 개성을 겸비한 단독주택이 늘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글_ 이양재 _ 건축사사무소 엘리펀츠

이 글을 쓴 이양재 건축사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건설, ㈜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 문박 dmp, 건축사사무소 N.E.E.D 등을 거쳐 현재 세종특별자치시에 건축사사무소 엘리펀츠를 개소하여 운영 중이다. 집짓기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건축계 전반의 선진화를 위해 활발한 의견 개진 및 정책 자문에 참여하며, 대표작으로는 세종 아름동 주택, 운서동 주택 등이 있다. http://studio-elephants.com

 

구성 _ 조성일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1 www.uujj.co.kr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21-02-09 13:27:55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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