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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깎는 남편과 떡 만드는 아내, 낭만목공소 & 칠산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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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한적한 농촌 마을 길가에 간판도 없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나무 향과 떡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이곳은 윤정인, 이성숙 씨 부부의 목공소이자 떡 방앗간이다.

 

 

 

1 - 식물과 고재, 빈티지 아이템들이 서로 존재감을 내며 어우러지는 떡 방앗간 내부는 부부의 각자 취향이 짙게 베어들었다.

 

 

 

2 - 원래 있던 작은 창을 키워 농촌 풍경을 풍성하게 들였다.

 

펜을 들던 디자이너, 시루와 대패를 들다

윤정인, 이성숙 씨 부부의 하루는 남들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새벽에 간판도 없는 떡 방앗간의 문을 열고 스팀기에서 나오는 뭉근한 증기를 쐬며 아침을 맞는다. 지금은 일이 손에 익어 원래 해왔던 것처럼 금세 해내지만, 처음엔 시골 떡 방앗간에 적응하지 못해 늘 여유가 없었다.

“시작하고 5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경험이 적어 손님에게 휘둘리기도 했고요. 이제는 손님과도 친구처럼 농담부터 먹을 것 까지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요.(웃음)”

 

 

3 - 근래 SNS를 통한 소통은 활발히 하고 있다는 부부. 떡이 막 완성된 이 순간도 놓칠 수 없다.

 

 

 

4 - ‘흑미쇠머리찰떡’에는 팥을 빼고 모두 이 마을 주변에서 나는 쌀, 호박, 밤, 서리태 콩, 굼뱅이 동부를 활용했다.

 

 

방앗간 일에서 한숨 돌릴 때쯤 이제 목공소의 기계가 돌아간다. 정인 씨는 공방에 들어가 주문받은 대로 나무를 깎고 조립해 빈티지 소품과 전통 창호를 만든다. “창호는 표현된 무늬 하나로 공간의 주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리고 노인인지 아이인지, 왕족인지 평민인지도 알 수 있다”는 그는 창호에 담긴 의미를 소개하며 귀갑(龜甲)문양 창호를 쓰다듬었다.

이런 하루가 자연스러워 보일 때까지 부부에게는 꼭 채운 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5 - 평소 창호 제작에 즐겨 쓰는 공구들(왼쪽 위) 6 - 이제는 영업을 접은 군산 유리가게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유리를 일일이 들어내 찾은 빈티지 유리(왼쪽 아래) 7 - 공방 한 편에는 다양한 소품 제작에 사용할 나무들이 쌓여있다.(오른쪽)

 

 

 

8 - 창호 모티브의 소품들은 대표적 인기작이다.(왼쪽) 9 - 성숙 씨는 매번 떡에 들어갈 재료는 직접 손질한다.(오른쪽)

 

 

의미를 담아낸 창호와 로컬 푸드 떡

서울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부여로 온 정인 씨. 그때도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여럿 내었지만, 지금은 소목수로 지역 작가들과 협업을 하거나 취미 목공으로 원데이클래스를 여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근래는 명절 떡을 만들고 가게 인테리어에 바빠 챙기지 못했지만, 곧 다시 클래스 신청을 받고 작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또 여름 전에는 창호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서핑보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재미난 일탈도 준비 중이다.

 

 

10 - 나무를 다듬을 때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선 사포를 쓰지 않는다고.(왼쪽 위) 11 - 마당에 건조 중인 호박고지(왼쪽 아래) 12 - 떡 카페를 위해 성숙 씨는 차와 커피도 공부 중이다.(오른쪽)

 

 

성숙 씨 역시 새로 단장한 떡 방앗간의 3월 오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동네 방앗간을 넘어 지역 콘텐츠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로컬 코디네이터’를 지향해보고 싶다고. 물론 그 기본은 쌀부터 호박고지, 콩까지 이곳 재료로만 만든 진정한 시골 떡의 풍부한 맛이다. 그녀는 “목공예와 떡 카페, 여행을 묶어 하루를 오롯이 누려볼 수 있는 콘텐츠도 재밌을 것 같다”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3 - 국화살 창과 아(亞)자 창이 걸린 방앗간 떡 까페 내부 모습

 

 

10년 전의 부부는 지금의 떡 방앗간에서 시루를 뒤집고 대패를 들고 전통 창호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들은 묵묵히 아침엔 떡을 찌고, 오후엔 나무를 깎으며 매일을 즐겁게 보낸다.

 

낭만목공소&칠산방앗간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칠산로164 www.instagram.com/iseongsug7271

취재 _ 신기영 사진 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49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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